화살나무의 줄기가 화살날개와 비슷하다고 해서 화살나무라고 이름이 붙여졌다. 화살나무의 한자명은 '귀전우'(귀신을 쏘는 화살의 날개)라는 뜻으로 이 나무의 코르크 날개가 주로 약으로 쓰였기 때문에 나온 이름이다. 처음에는 코르크라고 해서 코르크마개로 쓰이냐고 물어봤던 기억이 있다.
빨간 잎이 마치 빨간 꽃으로 보이는 화살나무
가을에 길을 걷다 보면 붉고 빨간 단풍들이 강하게 눈길을 당긴다. 가까이 가서 보면 꽃이 아니고 잎이다. 붉은빛의 색깔이 너무 곱다. 그래서 그런지 관상수로도 가치가 높아 한국식 정원에 많이 심어져 있다. 화살나무 날개를 태워서 그 재를 가시 박힌 부분에 바르면 가시가 신기하게도 잘빠져 나온다고 한다. 다행히 집 뒷산에 화살나무도 있으니 손에 박힌 가시를 무서워하는 우리 딸에게 한번 써봐야겠다. 보통 수업을 하다 보면 아이들이 가끔 가시가 박히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는 카드로 반대방향으로 밀다보면 나오는 경우가 있어 급할 때만 쓰는 방법이다.
약재나무로써의 효능
화살나무는 봄에 나는 어린잎을 나물로 많이 먹는다. 새로 나는 가지 부분은 주변의 해충들로부터 어린잎을 보호하기 위해 방어전략으로 딱딱한 나무껍질의 질감을 가진 코르크 재질의 날개가 가지고 있다. 화살처럼 생긴 날개와 열매를 이용하여 반죽을 만들어 붙이거나 피부병을 일으키는 진드기나 기생충을 없애주며 암과 당뇨를 치료하는 주요 한약재로 이용된다고 한다.
어린가지가 당뇨병에 효능이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당뇨병에 효능이 있는 성분이 함유되어 있는데, 이 성분은 체내의 혈당을 낮춰주는 효과가 있어 당뇨 개선에 도움을 준다. 또한 '데나토니움' 성분은 체내에서 내분비계를 자극하고 인슐린의 분비를 촉진하여 당뇨병 예방에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고 한다.
어린줄기를 달여 먹으면 그 효과가 더 좋아 혈당을 낮추고 인슐린의 분비를 촉진하는 작용이 있어 혈당과 소변당이 없어지고, 물을 많이 마시는 것, 밥을 많이 먹는 것, 목이 마르는 것, 피로감 등 자각 증상이 없어진다고 한다. 또한 항암에도 좋은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위암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고 장내 유익균의 활동을 활성화하여 암세포를 제거하는 효능이 있기 때문이다. 민간에서는 오래전부터 가지와 잎을 암 치료에 사용해왔고 최근 연구에서도 화살나무에서 추출한 추출물인 '퀘르세틴'성분이 종양의 발생과 증식을 억제하고, 항암작용을 활발하게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한다. 나뭇가지에 달린 코르크날개를 복용하면 위암, 자궁근종, 식도암, 유방암, 림프종, 방광암, 백혈병 등에도 효능이 있다고 한다. 혈관을 깨끗하게 청소해주는 역할도 있어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므로 혈관을 건강하게 하는데 도움을 준다.충치와 치주염에 효능이 있어 치아 건강에 좋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성질이 차고 맛은 쓰며 독이 없어 배가 아픈 것을 낫게 하며 뱃속의 벌레를 없애고 산후 어혈을 풀어준다고 기록되어 있다.
전해지는 이야기
화살나무의 한자명이 귀신을 쏘는 나무라는 전설에 대해 얘기해보려 한다. 있다고 한다. 귀신을 쫓는 의식은 먼저 날개를 뚜렷하게 붙은 화살나무 가지로 화살을 만든다. 그리고 달걀 껍데기를 한쪽만 깨뜨려 흰자위를 꺼내고 노른자위만을 남겨둔 다음 매월 음력 초하루에서 3일 동안에 쥐 한 마리를 잡아서 간을 꺼내어 달걀노른자와 섞는다. 이 달걀노른자에 솜을 가득 넣고 자시(23~1시)에 맑은 물 한 그릇을 떠놓고 달걀을 올린 다음 "이 화살은 신력으로 뭉쳐서 필요할 때 쓰도록 도와주세요"라고 기도한 뒤에 화살 끝에 솜을 뭉특하게 씌운다. 이튿날 자시에 다시 정화수를 상위에 차려놓고 화살을 올려놓은 다음 "신의 도움으로 신궁 전이 완성되었다. 이 화살을 사용할 때에 제뜻대로 이루어지도록 도와주세요"라고 기도한다. 이런 의식을 마친 화살은 언제든지 환자를 위해 쓸 수 있다. 환자가 있으면 환자를 의자에 앉혀놓고 3미터쯤 앞에서 화살을 당겨 환자의 가슴에 대고 "사약한 요마는 물러가라. 신궁전으로 사악한 요마를 박살 내리라."라고 외치면서 쏜다. 그러면 계란이 부서지는 동시에 환자는 정신이 번쩍 든다. 이렇게 1~3번쯤 하고 끝낸 다음 화살나무를 달여 마시게 하면 병이 낫는다고 한다. 허무맹랑한 이야기이다.
아주 먼 옛날 한 마을에 효자가 살고 있었는데 병을 고치지 못하고 이승을 떠나셨다. 할아버지의 묘 옆에 아버지의 묘자리를 쓰려고 암으로 돌아가신 선친 묘를 팠는데 몸은 썩어 없어졌는데 암덩어리는 그대로 있었다. 그것을 캐어 옆에 있던 나무 위에 올려놨다. 49제를 지내기 위해 다시 찾은 그 나무에 암덩어리가 사라지고 없어진 것이다. 그 옆에 있던 나무가 바로 화살나무이다. 이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민가에서는 이 화살나무는 항암 효과가 있다고 하여 써왔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마치며
가을이면 곤충을 좋아하는 딸과 함께 화살나무를 찾는다. 노랑배 허리 노린재를 보기 위해서이다. 사람들은 노린재라고 하면 특유의 방귀 냄새 때문에 싫어한다. 자기 방어의 수단일 뿐인데 말이다. 길고 날렵한 몸매를 보면 너무 예쁜 친구이다.
4년 전쯤 사철나무를 지나가는데 잎에 노란색이 보이길래 보니 잎 가장자리에 예쁜 구릿빛 나는 알들이 큰 원을 그리고 있었고 알을 깨고 나온 약충들은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이 아닌가? 마치 흑진주에서 노란 생명체가 뚫고 나오는 모습이란. 딸이랑 한참을 동영상을 찍으면서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난다. 노린재 중 노랑배 허리 노린재를 왜 좋아하는지는 모르겠다. 곤충에 세계에도 미의 기준이 있는 걸까? 노랑배 허리 노린재는 노박덩굴과 인 화살나무, 노박덩굴, 사철나무 등에서만 볼 수 있다. 노박덩굴과 노랑배 허리노린재와의 공생관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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